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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료는 돈보다 소중한가 -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벨기에 출신 영화감독 다르덴 형제의 신작 '내일을 위한 시간'(위 사진). 몇 달 전, 다소 지친 표정의 마리옹 꼬띠아르가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포스터 이미지를 보았을 때부터 관람을 벼르던 영화다. 포스터나 제목 만으로는 어떤 영화인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지만 말이다. 영화는 굵직한 질문 몇 개를 던진다. 그 중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명료하면서도 중심이 되는 질문은, 이 글의 제목으로 달기도 한 '동료는 돈보다 소중한가'이다. 좀더 풀어서 써 보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될 것이다. 회사는 (또는 공동체는) '아픈' 해고노동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큰 액수의 돈이 걸려있다면, 그럼에도 해고된 동료와 함께 할 수 있는가. 대부분이 돈을 택한다면, 그것은 문제인가. 만약 내가 당사자인 그 해고노동자라면, .. 더보기
어떤 성장과 이동 - 영화 '보이후드' 극적인 플롯이나 특출난 촬영기법, 눈이 휘둥그레지게 하는 컴퓨터그래픽 하나 없다. 하지만 지금껏 나온 어떤 영화보다도 새롭다. 한 편의 영화 안에서 배우들은 실제로 나이를 먹어가고, 관객은 그들과 함께 영화 한 편의 런닝타임을 넘어서는 시간의 흐름을 경험한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신작 '보이후드'는 어쩌면 영화 그리고 영화를 보는 경험에 관한 가장 최신의, 급진적인 해석인지도 모른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영화 '보이후드'는 12년간 같은 배우들과 작업한 결과물이다. 1년에 15분씩의 분량을 촬영, 총 165분 동안 12년을 담아냈다. 그 사이 여섯살 소년 메이슨 주니어(엘라 콜트레인)은 열여덟살의 청년으로 자라난다. 영화는 소년이 커 가는 과정을 충실히 담는다. 아이에게 12년은 매우 긴 시간이다.. 더보기
두 사내의 로드무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vs '그랜 토리노' 웨스 앤더슨 감독의 최신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사진 위쪽). 예술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국내 개봉 3주만에 관객 동원 50만명을 돌파했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소리없이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영화는 매력포인트를 꼽자면 다섯 손가락, 아니 어쩌면 열 손가락이 모자랄 수도 있을만큼 개성있는 작품이다. 판타지와 코미디, 스릴러가 적절하게 버무려진 영화의 줄거리는 물론이고, 정교한 미장센, 넘치는 색채감, 화려한 출연진, 감독의 독특한 작품세계 등 시각적인 측면에서 경탄을 자아낸다. 깊은 산 속 웅장하고 비밀스러운 호텔을 무대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갖가지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조밀하게 플롯을 엮어낸다.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플롯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