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부의흔적

유럽의 이주자 위기와 야만 '유럽의 이주자 위기(Europe's migrant crisis)'. 지난 한 주 주요 외신들의 홈페이지 한 구석을 장식한 문구이다. 최근 지중해에서 난민들을 태우고 유럽으로 향하던 선박의 전복 사고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유럽의 대응 능력과 이주자 대책이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18일 리비아에서 출발한 어선이 이탈리아 인근 지중해에서 전복하면서 800여명이 숨졌다. 이 사고에서 구조된 난민은 900명이 넘는 탑승자 중 28명에 불과했다. 이어 20일에도 터키에서 출발한 난민선이 그리스 남동부 로도스 섬 근처에서 좌초돼 탑승자 300명중 최소 20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중해의 비극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해마다 수많은 이주자들이 뗏목, 작은 고기잡이배, .. 더보기
내가 만난 미등록 이민의 얼굴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의 일이다. 교육대학원에서 개설한 '미국의 이민과 교육'이라는 수업에서 미등록 이민자 출신 학생들이 겪는 교육권의 제약에 대해 논의하던 중이었다. 미국에서는 고등학교까지는 대체로 체류 자격에 구애받지 않고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학 진학 시에는 사정이 다르다. 비싼 대학 학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장학금이나 학자금 대출이 필수적인데, 미등록 신분 탓에 지원 과정에서부터 장벽에 부딪히는 것이다. 몇몇 주를 제외하면, 미등록 이민자 학생들은 주립대학들이 해당 주 출신의 입학생에게 적용하는 등록금(in-state tuition)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렇다보니 막대한 등록금 부담을 우려해 애초부터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 해 전 다른 수업에서 기말페이퍼를.. 더보기
두 사내의 로드무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vs '그랜 토리노' 웨스 앤더슨 감독의 최신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사진 위쪽). 예술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국내 개봉 3주만에 관객 동원 50만명을 돌파했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소리없이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영화는 매력포인트를 꼽자면 다섯 손가락, 아니 어쩌면 열 손가락이 모자랄 수도 있을만큼 개성있는 작품이다. 판타지와 코미디, 스릴러가 적절하게 버무려진 영화의 줄거리는 물론이고, 정교한 미장센, 넘치는 색채감, 화려한 출연진, 감독의 독특한 작품세계 등 시각적인 측면에서 경탄을 자아낸다. 깊은 산 속 웅장하고 비밀스러운 호텔을 무대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갖가지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조밀하게 플롯을 엮어낸다.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플롯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두.. 더보기
영화 '집으로 가는 길'과 수감자 인권 2004년 10월 프랑스 파리 오를리 공항에서 30대의 한국인 주부가 마약을 운반하다가 검거되었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강렬하게 그려낸다. 영화는 어린 딸과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소박하게 살아오던 평범한 30대 주부 송정연(전도연 분)이 국제마약사범이 되는 기가막힌 스토리와 함께, 수감자의 인권과 한국 정부와 공무원의 책임 등과 같은 묵직한 주제의식을 차례로 드러낸다. 영화를 끌고 나가는 방은진 감독의 뚝심있는 연출력도 주목할 만하지만, 이미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서 절정에 달한 바 있는 배우 전도연의 연기력이 다시 한번 광채를 발휘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전도연만큼 설득력있게 '여성적 자아'를 표현해낼 수 있는 배우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 더보기
필리핀과 한국 우연히 지하철역 승강장을 지나다가 본 전광판 광고이다. 휴양지로, 신혼여행지로, 저렴한 어학연수지로 각광받는 필리핀. 대한민국과 아주 가까이에 있다. 앞서 필리핀 태풍에 대해 올린 포스팅에 추가로 덧붙이고 싶은 내용이 있다. 바로 초대형 태풍으로 충격에 빠진 필리핀 소식을 접하면서 유독 내 마음이 쓰이는 또 하나의 이유에 대해서다. 필리핀,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옛 기억의 조각들과 더불어, '지금 여기'에도 밀접하게 얽혀있는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현재 우리 단체와 협력 관계에 있는 지역사회 복지기관들을 들 수 있다. 즉, 이주여성이나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문화센터나 지역아동센터들이다. 이곳에서 필리핀 출신의 여성들이나 필리핀계 한국인 자녀들을 그리 어렵.. 더보기